귀공들께선 스피커 고르실때 어찌들 고르시는지?





한국사람의 병 - 최고만 고집하는, 하지만 뭐가 최고인지를 모르는 바로 그 병


한국사람은 항상 최고만을 가지려고 하고 최고만을 추종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금메달리스트 외의 메달리시트는 은메달리스트나 동메달리스트가 아니라 선수권자라고 싸잡아버린다.


예전 어느 방송에서는 예의를 지킨답시고 은메달이나 동메달리스트는 선수권자라고 해주어야한단다.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당사자야 물론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쉽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한두명 밖에 없다는 사실도 자랑스럽기 마련이다.




원래는 은메달 딴 사람이 더 잘 하는데 시합 전날 감기가 왔을 수도 있고...
 
(이건 지가 잘못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아니면 시합 전날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어떤 불운이 있어서 집중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금메달리스트보다 노력이 모자라지도, 재능이 모자라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메달에 점수를 부여해 점수 합산으로 종합득점을 채점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금메달만 1개 딴 나라가 은메달만 10개 딴 나라가 종합순위가 높다.


다른 나라처럼 금메달에 3점 은메달에 1점을 준다면 당연히 은메달 10개 딴 나라가 더 높은 성적이 될것이다.



뭐 사실 이게 무조건 맞다고만은 할 수 없다.


국가적 배경이나 특수성에 따라서는 한 종목에서 특별한 강세를 보일 수도 있고,
 
체육인구의 저변이 넓어 메달권 바로 아래 순위의 선수들이 엄청나게 많을 수도 있으니까.



다른 예로는 이종 격투기 선수가 복싱 선수보다 무조건 더 강하지도 않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다.(좀 어려운 예인가?)

 


서두가 쓸데 없이 길어졌는데 어쨋든 우리나란 지금까지 너무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은메달에 담긴 땀과 노력은 아무렇지도 않게 묻어버리는 근성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오디오처럼 취미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뛰어난 스피커를 추천해 주세요.


현존하는 최고의 앰프는 어떤 기종인가요?


이처럼 말도 안되는 넘사벽의 질문들이 질리지도 않고 동호회 게시판을 어지럽힌다.



정말 바보같은 질문이다.



이제부터 글이 길어지겠지만 하나하나 따져보자.


스피커를 예로 들면, 겉모양이 피아노 마감도 있고, 무늬목 마감도 있으며, 시트지 마감도 있다.


심지어는 아크릴 마감이나 대리석마감도 있으며, 신소재계열의 플라스틱으로 된 스피도 존재한다.


이중에 가장 좋은 마감은 어떤 마감인가?



또 저음의 타격감이 죽여주는 스피커도 있고, 고역이 하늘하늘 가볍게 떠다니는 스피커도 있고,


중역이 묵직하니 바리톤이라도 들을라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리얼한스피커도 있다.


이중에 가장 좋은 소리는 어떤 소리인가?



물론 대역밸런스가 평탄해서 중립적인 음색을 지닌 스피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역 밸런스에서일 뿐이다.



케블라콘 우퍼는 평탄한 대역 밸런스에 약간은 후덥지근항 느낌의 저음이 나오고,


폴리프로필렌재질의 우퍼는 평탄한 대역밸런스라도 약간 탄력이 느껴지는 저음이 나온다.


메탈콘 역시 대역 밸런스는 평탄하지만, 반응이 빠른 듯하면서도 어딘가 냉정하게 느껴지는 저음이 나오고,


페이퍼콘은 대역밸런스는 평탄하지만, 살짝 느린듯이 느껴지는 잔향감이 듣기 편하게 해준다.


이중에서는 어떤 재질이 가장 좋은 재질인가?



더 이야기 해볼까?


소프트 돔은 부드럽지만, 듣는 맛이나 오디오적 쾌감은 하드돔에 비해 덜하다.


하지만 둘 다 역시 대역밸런스는 평탄하다.


리본트위터는 고역의 섬세함이 매력이지만, 무게감이나 압력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역밸런스는 평탄하다.


혼트위터는 풍압이 느껴지지만 지향성이 강해 좁은 곳에선 사용하기 어렵다. 넓은 곳에선 소리가 구석구석 잘 뻗는다.


역시 대역밸런스는 평탄하다.


이온트위터, 즉 플라즈마 트위터라는 꿈의 물건도 바이올린은 소름이 돋지만, 기타소리는 이상하게 밍숭맹숭하다.


역시 대역밸런스는 100KHz까지 경이적으로 평탄하다.


그럼 이중에서는 어떤 트위터가 가장 우수한 트위터인가?



이밖에도 인클로져 재질이나 덕트가 있는지 밀패형인지, 2웨인지 3웨인지, 뭐 따질려면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어쨋든 공연장의 현장감이나, 실제소리의 리얼함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공연장도 어차피 완벽한 공연장이란 없다.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좋다고 하는 세종문화회관을 가보신 분이 얼마나 계실까?


갈때마다 소리가 틀리다.


왜냐고?


공연이 어떤 장르인지 어떤 작품인지에 따라 셋팅도 달라지고 악기도 달라지며 노래하는 가수의 성량이나 음색도 가지각색이다.


그 어떤 종류의 소리에도 완벽한 룸어커스틱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연장이란 어차피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본좌 또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어쩔 수 없이 겨우 구한 뒷쪽의 불편한 자리에서 어쩌다가 보게된 미스사이공은 정말 좋은 가수와 음향
셋팅덕에 감동 깊게 봤다.


하지만 얼마간인가가 지난 후 같은 홀에서 본 오케스트라 공연은 R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형편 없었다.


엔지니어가 바뀌었는지 각파트의 악기들이 튜닝에 소홀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암튼 별로 였다.


첼로소리과 비올라소리는 엄청 찌르고 쩌렁쩌렁 한데 오히려,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는 하나도 안들렸다.


옆사람에게 어이없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


"이 오케는 콘서트마스터가 성질 더러운 1번 비올라인거야?"



뭐 비단 문화상품에 별 관심없는 한국의 정부라고 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다른 나라라고 특별히 더 좋을 것같지도 않다.


그만 큼 힘들고 타협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란걸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의 제작과정도 마찬가지이다.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심하면 수천만원짜리 기기에 수백만원짜리 케이블로 연결해서 만원남짓한 CD를 듣는다.


근데 그거 아시나?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거나 마스터링할때 쓰는 케이블은 몇천원짜리 카나레아니면 모가미다.


몇천원짜리 카나레나 모가미로 연결해 녹음한 CD를 우리는 몇십만원짜리 "중저가형" 케이블로 연결해서 들으면서,


그것도 모자라 "수백만원짜리"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죽을려고 한다.



레코딩스튜디오에서 몇천원짜리 케이블을 쓴다고 해서 욕하자는게 아니다.


카나레와 모가미는 좋은 케이블이다.


쉽게 말하면 성향자체가 '무난'해서 나중에 어떤 케이블을 써도 소리가 적당히 잘 나온다.


예를 들어 은선으로 녹음했는데 들을때도 은선 쓰면 고역이 너무 강해질것 아닌가! (뭐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지만...)


하나 더 예를 들자면 장터에서 인기많은 야마하의 NS-10M이라는 스피커,


레코딩스튜디오에는 반드시 있다고 무슨 역사상 가장 정확한 모니터 스피커라도 되는 냥 엄청 꽤나 비싸고 거래도 잘 된다.


그런데 사실은? 스튜디오에서 야마하는 소리가 정말 재미없고 심심해서 쓰는거다.


그래야 소리가 화려한 스피커에서 들어도 적당히 화려하게 나오니까.


화려한 스피커로 듣고 녹음하면 녹음이 잘 된줄 알고 적당히 하고 끝낸다는 거다.

 


본좌도 글 길게 쓰기 지겹다.


수많은 예를 들어서 충분히 납득을 시켜야 "제일 좋은 오디오", "최고성능의 오디오"찾는 공들께서 마음을 고쳐드실 것 같지만,


글도 그런 물건이 있을거라고 굳게 믿고 찾아 헤매시는 분들께 실례인것도 같기 때문에, 혹은 직접 깨닫는것이 더 나을것도 같기에


적당히 줄이려고 한다.

 


여태까지 예를 들어 이야기한것을 찬찬히 잘 읽어 보신 공들이라면 이 글의 뜻을 이해 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취미에 쓰이는 물건이니 만큼 정확한 뭔가, 확실한 뭔가는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중간중간에 사람이 끼어있기 때문에 적절한 타협도 개인의 취향이나 사상도, 고집도 끼어있다.


또 아직도 스피커의 측정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다.


모든 부분을 수치화하고 데이터화해서 그것만 보고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락에 어울리는 스피커라든지 클래식에 어울리는 스피커를 정하는 것조차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클래식에 어울린다는 중역이 좋은 스피커는 사실 대편성에서 개방감이 부족하기도 하고,


락에 잘 어울린다는 저역이 좋은 스피커도 사실은 상대적으로 중역이 약해서 기타의 미묘한 톤이 잘 살아나지 않게 마련

이다.



취향에 따라, 심하게는 같은 락이라도 곡마다 "어울리는 스피커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취미로 쓰이는, 사람이 중간에 인간이 끼어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확실할리가 없는 오디오라는 기기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걸 찾고 가장 좋은 소리가 나고 가장 잘 어울리는 기기를 찾아 달라니...


성능은 누구의 잣대로 누가 평가하는 것이며 가장 좋은 소리가 어떤 소린지는 또 누가 정하는 것이며, 가장 잘 어울리는 건 누구보고
판단하라는 건지...



결론은 자기 자신이지 그 누구도 아니다.



"가격대 성능비가 제일 좋은걸 추천해주세요."는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생판 남에게 "내가 제일 좋아할만한 스피커를 찾아주세요." 하는 것과 같다.


보통은 질문에 자신의 취향을 이야기 하지 않냐고?


조금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고역이 매끄럽고 재즈에 잘 어울린다는 부분 조차 사람마다 다른 관점이 나오는데 무슨 수로...



물론 질문하시는 분은 보편적인 평이나 평균적인 절충안 안에서 꼽아 달라고 이야기 하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솔직히 생각해보자.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신 귀공들께서도 물론 그러했으리라 생각하지만, 본좌가 초보일때는 진짜로 있는 줄 알았다.

 


"가격대비 성능이 정점에 이른 단 한조의 스피커"가 말이다...

 


본좌는 남들이 좋다는, 추천을 받은 스피커를 써보고 실망하는 것은 물론이요,


남들이 좋다고 했던 이유들 -저음이 좋다든다 , 중역이 진하다든가...- 을 제대로 이해한 적이 거의 없었다.



비교적 일찍 깨닫기는 했지만,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남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간접 경험의 중요성을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취향으로 귀결되는 문제에 있어 "최고"나 "최상"따위가 있을리가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남은 제일 싫어할 수도, 혹은 그 반대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격대 성능비 제일 좋은 거 찾는 분들께서는 다 포기하고 무조건 들으러 다니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웹상의 리뷰에 해상력이 좋다라고 나온 제품이 본인의 귀에는 별로인것으로 느껴진다면 본인의 귀가 정확한 것이다.



청력에 전문가가 있을 수는 없다.


리뷰어들이나 오디오력이 좀 되시는 분들도 자신이 받은 느낌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것 뿐이지,
 
귀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은 어차피 똑같다는 말이다.


그걸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혹은 귀가 좀 안좋아서 듣는게 정확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귀로 듣고 고르는게 정답이다.


음악을 들을때 청력이 나보다 좋은 사람에게 귀를 빌려서 들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청력이 좋지 않은 자신의 귀로 들었을때 좋게 느껴져야 좋은 스피커다.


귀가 안좋아서 8Khz부근까지 밖에 못 듣는다면 거기까지 특성이 좋은 스피커를 고르면 좋은 스피커지만,


대부분의 귀가 좋은 사람한테도 그 스피커가 좋은 스피커는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다.



업무에 사용하는 컴퓨터가 아니다.


어떤 부품을 썼는냐에 따라 어디에 적합한지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오는 그런 물건이 아니라는 거다.



제발 자신이 직접 고르자.


남의 리뷰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좋지만, 그걸로 기기를 고르지는 말자.


남의 리뷰를 보고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은 필요할 것 아닌가?

 

 

by 냉혈색마 | 2009/06/09 15:04 | 본좌의 전축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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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w at 2010/06/01 12:11
저기... 지나가다가 딴지거는거같아 죄송한데요... 모가미나 까나레가 몇천원짜리는 아니고요.. 그래도 몇만원은 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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