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인티앰프의 스탠다드 크렐 S300i




1990년대 중반에 발매된 KAV-300i는 크렐에서 최초로 만든 아담한 크기의 인티앰프였다. 출력은 채널당 8옴에서 150W, 4옴에서 300W, 이렇게 출력이 부하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강력한 전원부에 기인한 것으로서, 세련됨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무뚝뚝한 외관과 더불어 크렐만의 전통적인 대물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싶다. 음색도 여지없는 크렐의 것.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했으니,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세계적으로 KAV-300i에 매료된 애호가들이 속출하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애호가들의 좋은 반응에 한껏 고무된 크렐은 곧바로 상급기를 출시한다. KAV-300i로도 웬만한 스피커를 충분히 구동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막강 근육질을 지향하는 크렐로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졌나보다. 뒤를 이어 출시된 상급기 KAV-500i는 출력이 채널당 250W로 강력한 전원부를 갖고 있었고, 웬만한 분리형 앰프 못지않은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애호가들로부터 기대했던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비싸진 가격도 원인이었겠지만, 대출력화에 기인한 음색의 변화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하급기인 KAV-300i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났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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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은 2000년대가 되면서 KAV-300i를 단종시키고 후속 기종 KAV-300iL을 출시한다. 크렐은 이 인티앰프에서 전통적인 짙은 회색 패널을 버리고 환한 은색 패널을 채용한다. KAV-300iL은 이전 모델 이름에 ‘L’만 붙인 것으로 보아, 모양만 다른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앰프였다. 음색도 생김새만큼이나 크게 변했다. 출력은 채널당 200W로 커졌고 전원부도 강화되었는데, 다소 어둡고 육중하면서 박력있고 시원한 크렐 전통의 맛은 엷어진 대신, 고역이 투명하고 화사하며 또렷한 음색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새로운 인티앰프도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KAV-400xi는 KAV-300iL의 강한 음색을 다소 순화시켰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S-300i이다. 그 동안 크렐은 분리형 앰프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짙은 회색 패널은 모두 세련된 은색으로 바뀌었고, 파워 앰프에서도 방열판은 앰프 내부로 들어가서 크렐의 전매특허라고도 볼 수 있었던 무뚝뚝하고 거친 외관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어쩌면 다른 메이커의 앰프들보다 더 세련된 외관을 지니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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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크렐의 변화는 코스메틱 디자인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 A급 증폭만을 꿋꿋하게 고집하던 입장이 바뀌어 AB급 회로를 쓰는 앰프들도 많아졌고, 여전히 레퍼런스 급에 적용되는 A급 증폭 방식도 바이어스를 입력의 크기에 따라 세밀하게 조절하는 효율적인 회로가 탑재되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본격 도입되었고, 회로 기판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렐 앰프의 하드웨어적 특징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전류 전송’과, 그 뒤를 이어 도입되기 시작한 ‘전류 증폭’ 방식이다. 일반적인 전송 방식에서 음악 신호는 전압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압이라는 것은 도체를 통과하면 반드시 ‘전압강하’를 일으킨다. 즉 소스나 프리앰프,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를 연결할 때, 케이블의 특성에 의해 신호에 손실이 생기고 왜곡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가정용 오디오의 연결에 있어서 이 손실은 무척이나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메이커에서는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크렐은 이 작은 손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충분한 연구와 개발 과정을 거쳐서 크렐은 정밀 계측기에서 사용되던 신호 전송 방식, 즉 전류 전송을 오디오 앰프에 최초로 적용하게 되었다. 크렐은 이 방법에 CAST(Current Audio Signal Audio Transmission)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편 크렐은 같은 이유에서, 통상적으로 앰프에 있게 마련인 전압 증폭단을 모두 전류 증폭단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자신들의 앰프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부귀환(Negative Feedback)을 억제하고 출력단을 연속(Cascade, 한 소자의 출력이 다른 소자의 입력이 되는 접속방법) 접속하는 것은 최근 크렐의 ‘음 만들기’에 있어서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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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의 최신 인티앰프 S300i는 신기술과 전통이 훌륭하게 접목된 제품이다. 먼저 외관부터 간략하게 살펴보자. 상급 분리형 이볼루션 시리즈에 적용되었던 코스메틱 디자인이 고스란히 계승되어 프리앰프와 흡사한 모습을 가졌다. 로터리 볼륨 노브를 설치해서 번쩍 번쩍 빛나는 것은, 전통적인 크렐의 모습에 아직까지 집착하는 필자가 볼 때는 어쩔 수 없는 생소함이 있다. 전면 패널 오른 쪽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는 무척 선명해서 가독성이 높고, 버튼이나 노브의 조작감도 괜찮다. 리모콘이 알루미늄제로 예전보다 월등히 고급스러워진 것은 반가운 일.

앰프 뒷면을 보면 밸런스 입력 한 조와 언밸런스 입력 세 조. 언밸런스로 프리 아웃을 지원하는데, 최신 제품답게 아이팟 입력단이 제공되는 것도 특징이다. 크렐의 설명에 의하면 이 단자는 아이팟 내부의 DAC에서 출력되는 밸런스 신호를 S300i의 풀 밸런스 입력 회로에 그대로 전달하고, 프리앰프 부에서 풀 밸런스로 증폭되므로 다른 메이커의 아이팟 입력과는 성능 면에서 확실히 차별화된다고 한다. 아이팟 출력이 원래 밸런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이번 리뷰 때문에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 다만 S300i에 포함된 아이팟 전용 케이블이 이번 리뷰에 따라오지 않아 테스트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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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티앰프는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도 이전 모델과 상당히 많이 다르다. 스펙상으로는 출력이 예전 KAV-300i 시절처럼 다시 150W/ch로 회귀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로 인해, 출력석이 3병렬 푸시풀 구성에서 2병렬 푸시풀 구성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전원 트랜스의 용량이 750VA급, 전원부 메인 캐패시터 용량이 38,000μF으로, 다른 메이커의 일반적인 인티앰프와 비교한다면 충분한 수준이지만 힘에 있어서 ‘막강’을 자랑하는 크렐의 전통으로 볼 때는 다소 약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어쩌면 크렐이 S300i에서 보여주는 이런 ‘참을성’은 크렐의 새 라인업에 추가된 'FBI(Fully Balanced Integrated)'라는 거대한 상급 인티앰프를 의식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필자는 최초의 인티 모델로부터 발전을 거듭한 지금의 S300i의 모습을 반기는 입장이다. 개인적으로, 채널당 200W로 출력을 증가시켰던 KAV300iL이나 400xi가 150W를 내는 오리지널 KAV-300i에 비해 음색에 있어서 큰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즉 이번 S300i에서는 넘치는 힘보다는, 질적인 측면을 위해 출력을 제한하면서, 보다 정교한 회로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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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드러진 증거는 S300i가 일반적인 인티앰프에서는 간과하기 쉬운 프리앰프 부분에 무척이나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300i의 프리앰프 부는 싱글 엔디드 순 A급 증폭 회로에 풀 밸런스 구성의 DC앰프이며, 그들이 자랑하고 있는 전류 모드 전송과 증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구성에 이런 가격이라면, 조금 과장해서, S300i는 순수하게 프리앰프 부분만으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시청은 오디아 플라이트 CD1을 소스로 하고, 스피커로는 레가 R9과 마르텐 마일즈 III를 구동해 보는 것으로 했다. 인터 케이블은 클림트, 전원 케이블은 피카소 로듐이며 스피커 케이블은 피카소 I 더블 런. 시청음반으로는 트라이앵글에서 발매한 데모 CD를 반복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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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의 첫인상은 여전히 힘이 좋다는 사실. 묵직하고 박력있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예전 인티앰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저역의 양감이 풍부하고 다이내믹하게 밀어 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강력한 힘은 역시 크렐만이 낼 수 있는 일종의 ‘맛’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 ‘맛’은 300iL이나 400xi시절과는 분명히 다른, 예전 짙은 회색 패널 시절에 느낄 수 있었던 ‘맛’에 가깝다. 예전의 인티앰프 모델과 비교해 볼 때 스펙 상으로는 분명히 출력이 줄어들었는지는 몰라도, 음색은 분명히 더 ‘크렐적(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레가 R9과의 매칭에서는 고역 끝이 약간 어둡다는 기분. 색소폰 소리로 듣는 중역은 풍성하지만 약간의 혼 타입 같은 티가 실리며 ‘쩡쩡’한 소리가 난다. 저역은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스피커의 사이즈를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위감과 확장성이 잘 표현되며, 댐핑도 충분하다. 여러 트랙을 들어 본 종합적인 의견으로는 소리가 스피커 주위에 머물지 않고 넓게, 그리고 통쾌하게 펼쳐져서, 그렇게 크지 않은 톨보이 스피커 이상의 능력을 충분히 다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르텐 마일즈 III와의 매칭에서는 세라믹 트위터의 영향인지 넓은 음장에 박력있는 저역과 아울러 고역의 화사함이 실려서 하이 스피드의 음이 되었다. 크렐의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충분히 살아나면서 스피커 특유의 고역 쪽으로 살짝 치우친 밸런스 또한 부드럽게 중저역과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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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스피커의 음색 성향을 생각해볼 때, S300i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커의 개성을 잘 받쳐주며 음악의 풍윤함을 잘 살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리뷰에 동원했던 두 스피커는 물론이고 시중에 출시된 웬만한 스피커라면 CDP나 케이블을 적절하게 선택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애호가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밸런스, 혹은 크렐만의 독특한 매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은색 패널의 새 크렐은 발매 초기에 그 생소함으로 인해서 시련을 겪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지났고, 크렐은 그 사이에 꾸준히 더 좋은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S300i를 리뷰하면서 이젠 크렐의 은색 패널이 친숙하게 느껴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S300i를 보면서 다른 메이커의 제품을 비교, 연상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다른 메이커들의 앰프를 보면서 크렐의 은색 패널을 비교, 평가하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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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fications
주파수 특성 :
20Hz~20kHz(+0dB,-0.14dB)
S/N :
90dB(A-weighted)
게인 :
32.5dB
왜율 :
0.04%이하(1kHz, @150W, 8Ω), 0.25%이하(20kHz, @150W, 8Ω)
입력 임피던스 :
47kΩ(싱글 엔드), 94kΩ(밸런스)
입력 감도 :
0.82Vrms
정격 출력 :
150W/ch (8Ω), 300W/ch (4Ω)
출력전압 :
138Vp-p
출력 임피던스 :
0.15Ω (20-20kHz)
소비전력 :
20W(아이들링), 1,800W(최대)
트랜스포머 :
750VA
입력 단자 :
밸런스(XLR) x 1pr, 싱글 엔드(RCA) x 3pr, iPod 30-pin x 1
출력 단자 :
바인딩 포스트 스피커 출력 x 2, 싱글 엔드(RCA) 프리앰프 출력 x 1pr
리모트 컨트롤 :
리모컨, 12VDC trigger 입력 x 1, 12VDC trigger 출력 x 1, RC-5 입력(1/8" 스테레오 단자) x 1
치수 :
W438 × H102 × D445 (mm)
중량 :
19.5kg


출처 : 하이파이클럽 최상균 리뷰어


by 냉혈색마™ | 2009/07/24 17:59 | 남들의 전축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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